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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권력이 돈과 연결되어 온갖 추문이 난무하는 나라가 고대 중국에도
    여럿 있었다.
    이러한 역사를 기록하면서 사마천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.
   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기록하면서 그 사실들을 바라보는 사마천의 눈동자에는
    진실이라는 달이 떠오른다.
    사마천의 진실의 눈에는 비 온 뒤의 무지개와 같은 사람들,
    권력과 돈의 관계에서 완전히 투명한 정치인이 보인다.
    <순리 열전>에서 세 번째로 등장하는 노나라 재상 공의휴가 바로 그다.

    공의휴는 재상이 된 후 관리들이 백성과 이익을 다투지 않도록 했다.
    많은 월급을 받는 고위 관리들은 머리띠 하나라도 선물 받지 못하도록 했다.
    선물과 뇌물의 선이 어디인지를 놓고 따지는 것이 아니라,
    생선 한 마리도 공직에 있는 동안에는 받지 말도록 한 것이다.
    그것이 비록 진심 어린 선물이라 할지라도 받는 순간에 뇌물이 되어버리는
    권력의 속성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.
   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게 있는 법이다.

    어느 날, 공의휴가 생선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평소에 그를 존경하던
    사람이 생선을 보내왔다. 하지만 공의휴는 생선을 받지 않았다.
    생선을 좋아하지만 자기 돈으로 사 먹겠다고 했다.
   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.
    "그런데 지금 생선을 받고 벼슬에서 쫓겨난다면 누가 다시 나에게
    생선을 보내주겠소. 그래서 받지 않은 것이오."
    공직에 있지 않았다면 그도 이 정도의 선물은 받았을 것이다.
    하지만 공직자인 그는 원칙을 세워놓았다.
    자신의 권력이 백성에게 피해가 될 것을 염려해서다.
    그가 원했다면 장사에 필요한 이권을 상인에게 주고, 날마다 제일 좋은 생선을
    상납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.
    단 한 마리의 생선도 그냥 받지 않고 월급으로 사먹는 그의 모습이
    바로 청관의 모습이다.
    더불어 그는 자신의 집 채소밭에서 난 채소가 맛이 좋으면
    모조리 뽑아버렸다.
    자기 집에서 짜는 베가 좋은 품질이면 불살라버렸다.
    그는 자신이 앉은 권력의 자리에서 생기는 온갖 이권을 눈에 보이는대로
    없애버렸다. 그 이권은 잡초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.
    논에 생긴 잡초를 뽑아야 농사가 잘된다.
    그에게 나라는 논이고, 그는 농부인 것이다.
    농부가 소에게서 뇌물을 받는 걸 본 적이 있는가.
    좋은 농부는 그저 때가 되면 소에게 여물 주고, 논물 잘 대주고,
    비료 주고, 적당한 때에 추수해서 좋은 가격으로 파는 사람들이다.
    그런 세상 사람들이 배부르다.
    농부가 편해야 곡식이 잘 익는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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